
퇴근 후 소파에 쌓인 빨래를 보며 한숨 쉬던 일상이 곧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피규어 AI가 공개한 세 번째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꿀 변곡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헬릭스 VLA 모델이 만든 휴머노이드의 도약
피규어 AI의 핵심 경쟁력은 헬릭스라는 VLA(Vision Language Action) 모델에 있습니다. 헬릭스는 로봇에게 눈, 뇌, 근육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로,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인간의 언어 명령을 이해하며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속적인 동작을 생성합니다. 기존 로봇 알고리즘과 비교했을 때 헬릭스는 압도적인 DOF(Degree of Freedom, 자유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수십 개의 관절을 초당 200번 제어할 수 있어 사람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헬릭스가 기술적으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 구조 덕분입니다. 시스템 2가 천천히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면, 시스템 1이 즉각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인간의 사고 구조와 유사한 설계로, 직관적이고 빠른 반응과 신중한 분석적 판단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헬릭스는 난생처음 보는 과자, 치즈, 케첩 같은 물건을 받아도 이미 학습된 데이터를 활용해 명령을 수행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2025년 공개된 컨베이어 벨트 작업 영상입니다. 피규어 AI의 로봇은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라벨이 보이도록 물건을 회전시키고 옮기는 작업을 수행했으며, 3개월 만에 패키지당 5초 걸리던 작업을 4.05초로 단축하고 바코드 스캔 성공률을 95%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반복 학습이 아닙니다. 헬릭스는 LLM처럼 거대 학습 모델 기반으로 언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새로운 행동을 일반화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주 짧은 학습 시간만으로도 수행 가능한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헬릭스는 엔비디아의 Isaac 플랫폼 기반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로봇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로봇용 OS를 제공하며,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내용을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도록 돕는 Simulation to Real 과정을 지원합니다. 엔비디아가 피규어 AI의 투자자이기도 한 만큼, 이 기술적 협력은 단순한 자본 관계를 넘어 피지컬 AI 생태계 전체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젠슨 황이 입이 닳도록 강조한 피지컬 AI 분야에서 피규어 AI는 현재 가장 앞선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LG 투자의 숨겨진 전략과 로봇 생태계의 재편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AI, 엔비디아,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인텔, LG, 퀄컴. 이 중 한 곳에서만 투자를 받아도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데, 피규어 AI는 이 모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몸값이 5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중에서도 LG의 존재는 특히 눈길을 끕니다.
LG는 최신 기술 트렌드에 항상 한 발 앞서 움직여 왔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휴머노이드를 보기 위해 미국까지 달려갔고, 국내에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인 시드 스테이지 스타트업 리얼 월드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스킬드 AI에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LG가 로봇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LG의 스마트폰 사업은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위기 속에서 LG는 넥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인터페이스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항상 역전의 기회가 존재했습니다. 앞으로 AI는 물리적인 감각을 이해하는 월드 모델로 진화할 것이며, 실제 세계의 물리 법칙을 학습하는 도구로서 로봇이 중심에 서게 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LG의 선택은 합리적입니다. 글래스 형태의 인터페이스는 디스플레이의 확장에 불과해 스마트폰의 수익 구조를 반복하게 되지만, 로봇은 완전히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무엇보다 LG는 백색가전의 왕입니다. 가전과 융합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훨씬 자연스러운 파트너입니다. LG는 CES부터 IFA까지 굵직한 행사들에서 꾸준히 로봇을 공개하며 가정 내 AI 로봇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LG가 직접 로봇을 개발하는 대신 투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I 로봇 스타트업의 속도를 대기업이 따라가기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연구 개발 문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AI 로봇 연구는 100번 시도 중 99번 실패가 일상인 환경에서 이루어지지만, 대기업은 의사 결정이 느리고 실패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테슬라처럼 예외적인 사례도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면, LG가 진짜로 노리는 것은 AI 로봇의 하드웨어 공급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규어 AI든 스킬드 AI든 어느 쪽이 최종 승자가 되더라도, 그 로봇들의 센서, 모터, 배터리, 통신 모듈, 냉각 시스템은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공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로봇 업계의 TSMC를 노리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LG의 부품을 채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블루칼라 종말의 시작, 피규어 3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
2025년 10월, 피규어 AI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피규어 3을 공개했습니다. 프레임 레이트는 두 배, 레이턴시는 절반으로 감소, 시야각은 60% 확대되었습니다. 키는 176cm, 몸무게는 61kg으로 인간과 흡사한 체형이며, 러닝 타임은 5시간입니다. 가정 내에서 이질감 없도록 재질과 디자인 모두 새롭게 설계되었으며, 서빙과 대화 중 자연스러운 이동이 가능하고, 발에 내장된 충전 코일로 서서 충전하다 업무 시간이 되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입니다. 세탁된 빨래를 스스로 개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규어 3의 또 다른 핵심 설계 철학은 집단 학습입니다. 무선으로 영화 한 편을 4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통신 성능을 바탕으로, 하루에 수 테라바이트의 현장 데이터를 업로드해 헬릭스 학습에 활용합니다. 모든 피규어 로봇이 하나의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이것이 피규어 AI의 강력한 데이터 해자가 됩니다. 피규어 3는 함께 배우는 로봇 집단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입니다.
사용자의 말처럼, 기술은 늘 부족한 상태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일상이 됩니다. 지금 피규어 3의 빨래 개기는 아직 주름이 남는 수준이지만, 이것이 GPT-1에서 GPT-4로 진화한 속도를 생각하면 그 개선 여정은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습니다. 피규어 AI의 브렛 애드콕은 말했습니다. "퍼스트 무버가 모든 것을 가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하고 저렴한 로봇을 만들 것이고, 그 격차는 매우 따라잡기 어려워질 것이다."
LLM이 화이트칼라의 종말을 이끌고 있다면, 피규어 AI의 로봇은 블루칼라의 종말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호텔 서빙, 택배 처리, 실험 보조, 레스토랑 서빙 등 지금껏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업무들이 하나씩 대체될 것입니다. 쿠팡과 마켓컬리의 물류 현장에서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노동 시장의 구조가 근본부터 바뀌는 시작점입니다.
늦은 밤 야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빨래 정리 끝났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날, 그 편안함 뒤에는 거대한 산업 구조의 전환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피규어 AI와 헬릭스가 만들어가는 피지컬 AI 시대는, 기술이 생활이 되는 순간을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빨리 앞당기고 있습니다.
[출처]
영상 채널/제목 참고: https://youtu.be/KHQeo0KX0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