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발 깔창과 장판에 들어가는 발포제를 납품하던 업력 60년의 중소기업이 단 1년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을 달성하고, 이후 24만 명의 주주를 피해자로 남긴 채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습니다. 금양 사태는 유튜브 시대 개인 투자자들이 반드시 직시해야 할 뼈아픈 교훈입니다.
불성실 공시가 드러낸 금양의 민낯
금양은 1955년에 창업해 신발 밑창, 바닥재 등에 사용되는 발포제를 제조하던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배터리 사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환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의 시장 분위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파리 협약 이후 유럽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가 지속되고, 미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 주가가 급격히 오르던 시기였습니다. 2021년에서 2022년은 말 그대로 '배터리'라는 단어만 붙어도 주가가 튀어 오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흐름에 올라탄 금양에 결정적인 인물이 합류합니다. 유튜브에서 'K 배터리가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외치던 일명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씨입니다. 박순혁 씨가 금양 홍보이사로 합류한 뒤, 원통형 배터리 개발 성공 발표와 맞물리며 금양을 향한 투자 열기는 폭발적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금양을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선상에서 논의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 4월, 박순혁 씨가 한 경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1,7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발언하면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 내용이 공식 공시보다 먼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엄연한 공시 의무 위반이었습니다. 결국 2023년 5월, 금양은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었고 박순혁 씨는 회사를 떠났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이 단순한 행정적 제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공시는 모든 투자자에게 동등하게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자본시장의 근본 원칙입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먼저 정보를 얻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는 순간, 시장의 공정성은 무너집니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이미 보내진 경고 신호를 읽어냈어야 했습니다. 공시보다 앞선 발언, 반복되는 정정 공시, 실적과 괴리된 기대감은 명백한 적신호였습니다.
배터리 아저씨와 몽골 리튬 광산이 만든 거품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으로 흔들리던 주가를 되살린 것은 또 다른 대형 공시였습니다. 금양은 몽골 리튬 광산 개발사의 지분을 약 800억 원 규모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이 투자를 통해 연 매출 4,240억 원, 영업이익 1,600억 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열광했습니다. 불성실 공시로 주가가 흔들리던 시점에 몽골 리튬 광산이라는 새로운 성장 내러티브가 등장한 것입니다.
2023년 7월 26일, 금양의 주가는 장중 19만 4,00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조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한때 롯데케미칼, 한미반도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주식 시장에 대거 유입된 개인 자금이 배터리 섹터로 몰리는 상황에서, 유튜버들의 스피커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던 시기와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24년 10월, 금양은 몽골 리튬 광산 관련 정정 공시를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제시했던 수천억 원대 기대 수익이 대폭 축소된 것입니다. 매출 전망은 4,240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은 1,600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익의 불과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한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이 정정 공시로 금양은 추가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실적도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본업인 발포제 사업은 소폭 흑자에 그쳤고, 배터리 부문에서는 약 4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금을 소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지점은 투자자 관점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어떤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투자 포인트를 제시할 때 기대 수익률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리스크를 병기합니다. 반면 '무조건 100배 간다'는 식의 짜릿한 꿈을 제시하는 방식은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 인식을 마비시킵니다. 미래 수익이 과대평가되고, 리스크는 과소평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금양 사태는 이 구조가 어떤 결말을 낳는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장 폐지 위기와 외부 감사 의견 거절이 말하는 것
몽골 리튬 광산 정정 공시 이후에도 금양의 위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산 기장군에 건설하기로 한 배터리 공장에는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완공이 계속 지연되었습니다. 4,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 역시 주주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끝에 결국 철회되었습니다. 누적된 공시 벌점까지 쌓이면서 2025년 3월 5일, 금양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금양을 사실상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외부 감사인이 금양의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통보한 것입니다. 의견 거절이란 외부 감사인이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우리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기업은 고객입니다. 의견 거절은 그 고객에게 사실상 등을 돌리는 행위이기에 회계법인도 굉장히 부담스럽게 여기는 결정입니다. 그럼에도 의견 거절을 내렸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입니다. 회계 법인조차 손을 뗀 상황, 이는 사실상 상장 폐지를 고민해야 할 수준의 위기입니다.
결국 2026년 4월 9일, 한국거래소는 금양의 상장 폐지 사유 발생을 공식 공고했습니다. 한때 장중 19만 4,000원을 찍었던 주가는 만 원 밑으로 추락했고, 고점 대비 거의 95%가 폭락했습니다. 전체 지분의 65%를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피해자만 24만여 명에 달합니다.
금양이 앞으로 마주한 기로는 세 가지입니다. 상장 폐지, 상장 폐지 유예, 그리고 거래 재개입니다. 그러나 살아남더라도 금양이 다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의견 거절을 해소해 줄 회계법인이 존재할지, 비상장 기업이 됐을 때 영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될지 모두 물음표입니다. 외부 감사 의견 거절이라는 신호가 투자자들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경고였던 셈입니다.
금양 사태는 유튜브를 통한 정보의 파괴력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화려한 성장 스토리와 반복된 정정 공시, 실적과 괴리된 기대감은 모두 경고 신호였습니다. 앞으로는 미래 수익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재무제표와 공시를 냉정하게 검토하며,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인식하는 투자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출처]
영상: https://youtu.be/nR_GakozEOY